할로윈 시즌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장이 넘쳐납니다. 그중에서도 단골 인기 아이템인 ‘좀비 분장’은 공포감과 유쾌함을 동시에 주는 대표적인 변장입니다.
하지만 세계에는 이런 좀비 분장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복장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문화적, 종교적, 정치적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좀비 분장’이 금지된 나라들과 그 배경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말레이시아: 좀비는 종교적 모독?
말레이시아는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 중 하나로, 종교와 관련된 법률이 사회 전반에 강하게 적용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좀비 분장은 단순한 코스튬이 아니라, 죽음과 부활이라는 개념을 희화화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2013년,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종교 당국은 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좀비 분장은 이슬람적 가치에 반하는 것으로, 사후 세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조장하며 신성한 개념을 희롱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좀비 분장을 포함한 공포 분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거나, 공공장소에서는 아예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일부 학교나 공공기관에서는 할로윈 자체를 금지하거나, 특정 분장을 금지하는 규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단순히 의상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다름과 종교적 신념 사이의 균형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할로윈 자체가 불법?
좀비 분장 금지를 논할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우디는 오랫동안 할로윈을 서구 이교적 문화로 간주해 왔으며, 관련 활동 전반을 불법으로 규정해왔습니다.
할로윈 시즌에 ‘좀비 분장’을 하는 것은, 단순히 복장 문제가 아니라 불법 종교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2018년에는 리야드에서 비밀리에 할로윈 파티를 열었던 사람들이 체포되었고, 좀비 및 해골 복장을 한 이들이 문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사우디에서 할로윈 분장이 금지된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교도의 풍습을 따르는 것으로 간주됨
죽음을 장난스럽게 다루는 것은 종교 모독
공공장소에서의 이상한 복장은 사회 질서 교란 우려
그렇기 때문에 좀비처럼 피범벅이나 부패한 시체 분장을 하는 것은 종교적 금기와 사회 질서를 동시에 위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며 일부 허용 사례도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좀비 분장은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남아 있습니다.
러시아: 좀비 행진이 금지된 이유
러시아에서는 정치적 맥락 속에서 ‘좀비 행진’ 금지령이 내려진 사례가 있습니다.
201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시민들이 좀비 워크라는 이름으로 퍼레이드를 기획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공포 퍼포먼스가 아니라,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풍자와 정치에 대한 풍자를 담은 퍼포먼스로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해당 행사에 대해 "공공질서와 도덕을 해치는 비건설적인 집회"라고 판단했고,
행사 당일 경찰이 현장을 봉쇄하고 참가자들을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나라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좀비 분장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반체제 성격의 시위로 해석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좀비 분장을 한 채 “체제의 지시에 따라 무비판적으로 움직이는 좀비 사회”를 풍자하려던 의도는,
결국 국가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되어 규제 대상이 되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이후로도 좀비 관련 퍼포먼스나 행사가 신고제 또는 금지 대상으로 분류되며,
문화 행사와 정치 행위의 경계를 두고 지속적인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서운 건 분장이 아니라 해석?
우리가 흔히 즐기는 좀비 분장은, 어떤 나라에서는 단순한 재미가 아닌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요소입니다.
그 나라의 문화적 배경, 종교적 가치, 정치적 긴장도에 따라 같은 복장도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죠.
이제는 글로벌 시대, SNS를 통해 분장을 공유하고 퍼지는 시대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문화의 경계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혹시 해외여행 중 할로윈을 맞게 된다면,
단순히 “무서운 분장”을 넘어서, 그 나라에서는 무엇이 무서울 수 있는지 한 번쯤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