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나누는 말, 그저 의사소통의 수단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단어 하나, 표현 하나 때문에 벌금을 물거나 심지어 감옥에 갈 수도 있는 나라들이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언어’와 관련된 세계 각국의 기묘하고도 흥미로운 법률들을 소개하고, 그 배경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 프랑스어 외 금지? – 공공기관 외래어 사용 제한법
프랑스는 오랜 시간 동안 자국어인 프랑스어의 순수성과 위상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투봉 법(Loi Toubon)"입니다.
1994년에 제정된 이 법은 정부 기관, 학교, 공공 방송, 광고 등에서 외국어(특히 영어)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반드시 프랑스어를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 광고에서 “Drive-in”, “Streaming” 같은 영어 표현을 사용하면 벌금을 물 수 있으며, 반드시 프랑스어 번역(예: "Auto-guichet", "Diffusion en continu")을 병기해야 합니다.
이 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영어의 세계화로 인해 자국어가 위축되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문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지만, 반대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른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욕설하면 체포? – ‘모욕금지법’과 SNS 규제
말레이시아에서는 욕설이나 불쾌감을 주는 언어 표현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공장소나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인, 공무원, 종교 등을 모욕하는 발언은 ‘모욕금지법(Sedition Act)’에 따라 최대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2014년에는 한 유명 블로거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체포되는 일이 있었고, SNS에 남긴 댓글 하나로 법정에 서는 사례도 흔합니다.
실제로 "욕을 하면 벌금"이 아니라, 국가와 종교, 권위를 모욕하는 발언 자체가 범죄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 법은 한편으로는 다민족·다종교 국가의 조화 유지를 위한 장치라는 정부의 설명이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삐’ 없이 욕하면 벌금? – 방송 언어 규제법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방송 언어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공중파 방송에서 ‘비속어’가 사용될 경우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4년, 미국 슈퍼볼 경기 중 방송된 자넷 잭슨과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출 사고’ 이후, FCC는 방송 심의 기준을 대폭 강화했으며,
방송 중 욕설이나 부적절한 언어가 나가면 수천에서 수만 달러에 이르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특히 조지아주와 같은 일부 주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비속어 사용도 공공질서 위반으로 처리되며, 경찰의 판단에 따라 현장 경고 또는 체포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즉, "말 한마디에 벌금"이라는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적용되는 법률 현실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북한: ‘사상적 비속어’는 중범죄 – 언어 통제의 극단적 사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언어 통제를 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욕설 수준을 넘어, 체제 비판적 표현, 외국어 표현, 심지어 ‘남한식 표현’까지도 통제 대상입니다.
2020년에는 북한 당국이 ‘남조선 말투 사용금지령’을 발표하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남한식 말투(예: “오빠야”, “헐”, “대박”) 사용을 사상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라, 외부 정보와 사상의 유입 차단이라는 체제 유지 전략의 일환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전혀 보장되지 않으며, 말 한마디가 정치범 수용소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는 언어가 단순한 소통의 수단을 넘어서, 정치적 도구로 얼마나 강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단어 하나에도 책임이 따르는 시대
우리는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단어 하나가 문화적 갈등, 법적 처벌, 정치적 통제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사회에서는 자칫 의도치 않게 타 문화나 체제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단순히 ‘기묘한 법’에 머무르지 않고, 언어를 통해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키려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