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해오던 행동이, 다른 나라에서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단순히 이상하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역사, 문화, 정치, 종교 등 다양한 배경이 얽혀 있습니다.
오늘은 세계 곳곳에서 금지된 일상 속 행동들을 소개하고, 왜 그런 규제가 생겼는지 그 이유까지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남자 다리 벌리기’가 금지? – 공공장소 매너법
스페인 마드리드 시는 2017년, 대중교통에서 남성들이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는 행동을 금지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예절 문제를 넘어서 여성들의 공간권 침해 문제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성 단체들은 ‘여성들이 옆자리에 앉기 불편할 정도로 다리를 넓게 벌리는 남성들의 행동’을 성차별적 태도로 보았고, 마드리드 시는 이를 공공예절 규범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금지령이 법적 강제력보다는 공공질서 유지 차원에서의 경고 조치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성 인식 변화와 사회적 캠페인이 법에까지 영향을 미친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모래성도 ‘불법’? – 해변의 미관 보호 규정
이탈리아의 유명한 해변 도시 중 일부(예: 에르콜라노, 치비타베키아 등)에서는 모래성을 만드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관광객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이 법의 배경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해변의 ‘공공 미관 보호’입니다. 지나치게 큰 모래성이나 구조물을 쌓을 경우, 다른 사람들의 동선을 방해하거나 경관을 해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안전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모래 구조물에 파묻히거나, 성이 무너지면서 다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해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한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모래성을 쌓으면 최대 500유로(약 7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며, 피서객들은 해수욕장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그저 재미 삼아 한 행동이 뜻밖의 범법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 여행자라면 꼭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호주에서는 ‘집에서 전구를 갈아끼우면 불법’? – 자격증 없는 전기 작업 금지
호주 빅토리아 주에서는 한때 전기 관련 작업은 자격증이 있는 전기공만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집 안에서 전구를 교체하는 행위조차도 불법으로 간주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 법은 안전 문제를 우선시한 조치였습니다. 호주에서는 전기 감전이나 화재로 인한 사고가 종종 발생해, 이를 방지하고자 전기 관련 모든 작업을 전문가에게만 허용하는 법을 만든 것입니다.
물론 이후에는 전구 교체 정도는 예외로 인정되었지만, 여전히 일반인이 콘센트 교체나 조명 설치를 직접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이는 호주의 ‘안전 규제 우선주의’가 반영된 대표적 사례로, 일상 속 간단한 행동조차도 나라에 따라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캐나다에서는 동전을 너무 많이 내면 안 된다 – 잔돈 제한법
캐나다에는 ‘지불 제한 법’이라는 독특한 법이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동전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지불하는 것이 불법입니다.
예를 들어, 5센트(니켈) 동전으로는 최대 5달러까지만, 10센트로는 10달러까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동전으로 50달러짜리 물건을 사려고 하면 상점에서 지불을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법의 배경에는 ‘상점과 소비자 간의 거래 효율성 확보’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동전을 이용한 거래는 계산을 지연시키고, 유통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정부가 거래 효율과 질서를 위해 규제를 만든 것입니다.
이런 법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일본, 뉴질랜드 등도 유사한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지'의 이면을 보다
우리가 ‘황당하다’고 느끼는 금지 조치들 대부분은 단순한 억압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적 가치관과 현실적인 필요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일견 이상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나름의 논리와 배경이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금지된 행동을 통해 우리는 ‘법’이 단순한 규칙을 넘어서, 사회적 합의와 역사적 맥락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 해외에 나갈 일이 있다면, 그 나라의 법과 금기사항도 잠시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